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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상식

미술 작품 투자(NFT) 2-1

by 수내동호랭이 2023. 8. 10.

■ 아트테크 프라이빗 특강

6. 다음 요소는 '크기'다. 앞서 캔버스의 크기 단위를 '호'라고 했는데, 이 호의 크기에 따라 가격을 차등해서 매기는 것을 '호당 가격제'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호당 가격제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정작 이 방식을 제일 먼저 도입했던 프랑스는 시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철폐해버렸다. 왜 그럴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 가격 산정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당 가격제는 그림의 가치를 '크기'라는 기준으로만 평가하기 때문에 그 외의 요소는 모두 배제한다. 예를 들어, 작가가 같은 크기의 작품을 100점 그렸을 때 그 100점이 모두 수작일 수는 없다. 그러나 호당 가격제로는 100점이 모두 동일한 가치를 갖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일률적인 가격 산정은 미술품을 공산품과 같이 취급하게 하고 결국 예술 평론의 필요마저 사라지게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크기가 작품의 시장가치에 아예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큰 작품은 작은 작품에 비해 작가의 노동려고가 재료비, 그리고 작품의 구성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캔버스의 사이즈를 작품의 가치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 정도로만 참고하도록 하자.

7. 미술계에 떠도는 속설에 대한 팩트 체크도 필요하다. '작가가 죽으면 그림값이 오른다', 이른바 '작고 호재'는 진짜일까? 실제 미술 시장에서 작가가 작고한 이후에 명성을 얻거나 작품의 시장가치가 급상승한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참담한 생활고에 시달렸던 김환기 작가가 그랬고, 그림을 그릴 종이가 없어 담뱃갑 속 은지화에 그림을 그린 이중섭 작가가 그랬다. 생전에 그림을 단 한 점밖에 팔지 못한 화가로는 반 고흐도 있다. 그 시절에 작가라는 직업은 참 배고픈 직업이었다. '환쟁이'라고 비하하여 불리는 등 처우도 좋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어렵사리 남긴 작품의 수는 지금에 비해 현저히 적고, 중간에 소실되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 작가의 사망은 제작된 작품의 총량이 정해졌다는 의미로 여겨졌으며, 이는 작품의 희소성과 직결됐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원로 작가가 되어서도 붓을 놓지 않는다. 작품의 희소성이 곧 작품의 가치가된다면, 장수하는 작가의 작품은 남겨진 작품이 많으므로 그만큼 가격이 오르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보면 유통되는 작품의 수량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거래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그 작가의 그림을 소구하는 시장이 형성된다. 또한 회고전을 제외하고는 작고 작가의 위상을 상승시킬 만한 요인이 없는 데다 생전에 미술사적 평가가 이미 끝났기 때문에 말 그대로 '호재'로 인한 가격 변동이 발생하기 어렵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8. 아마도 작품의 가격에 가장 치명적인 것은 '위작' 논란일 것이다. 거장의 명작이 하루아침에 '부도수표'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작에 대해 말할 때면 항상 떠오르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느 왕이 포로에게 자기 눈 중 어느 쪽이 가짜 눈인지를 맞히면 살려주겠다고 했다. 포로는 왕의 눈을 가만히 바라본 후 정답을 맞혔다. 왕이 포로를 풀어주며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포로는 '가짜가 더 진짜 같아서'라고 대답한다. 미술 시장에 비추어 보았을 때,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있다는 것은 정말 섬뜩한 이야기다. 경희대학교 최병식 교수가 집필한 <미술품감정학>에 따르면 영국 경매 회사에서 판매되는 미술품의 15%, 인상파 작가의 작품 중 최소 10%이상이 위작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수치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2007년 서울옥션에서 무려 45억 7천만 원에 낙찰된 박수근 작가의 작품 <빨래터>가 위작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당시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라는 타이틀을 얻은 작품이었던 만큼 이 일은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한국미술품감정협회의 감정에 이어 서울대와 일본 도쿄예술대가 진행한 과학감정에서도 진품 판정을 받았으나 미술품 과학감정 전문가와 법원의 감정 결과가 엇갈리는 난항 끝에 '진품으로 추정된다'는 판결을 받아 논란이 일단락됐다. 진품이면 진품이고 위작이면 위작이지, '진품으로 추정된다'는 어딘가 시원찮은 구석이 있는 결과이긴 하다. 그러나 어쨌든 다행히도 작품의 낙찰자는 45억 원짜리 낡은 종이가 아닌 박수근 작가의 최고가 작품의 소장자가 될 수 있었다.

9. 이런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작품을 인도받을 때 작가에게 '작품 보증서'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작고한 작가의 경우는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을 통해 감정확인서를 받는 방법이 있다. 최근 위작 논란이 여러 차례 불거지면서, 작가의 생에 전 작품집이라 불리는 전작 도록인 카탈로그 레조네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화가의 예술적 성과를 연구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이며 작가의 전 일생에 걸쳐 제작된 모든 작품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작품집이다. 제대로 된 전작 도록이 있다면, 위작 논란이 있을 때 논란이 되는 작품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미 흩어진 작품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고, 각종 작품의 정보와 사실 확인으로 인해 저술 기간이 10년 넘게 걸리는 등 카탈로그 레조네 제작에는 많은 공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위조 논란으로 작가의 위상과 남은 작품들의 가치가 급락하는 일을 최소화하려면 반드시 진행되어야 하는 과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10. 애호가로서 그림을 오래 감상만 해온 사람과 직접 그림을 소장해본 사람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실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림값을 지불하는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다만 작품의 정보를 취득하는 방법과 구성 요소를 먼저 이애하고, 미술 시장이 선호하는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참고하는 것이 성공적인 아트테크의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