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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상식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존중해야 할 인권_기업편

by 수내동호랭이 2023. 8. 12.

■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존중해야 할 인권

1. 2005년에 미국 하와이 지방법원에서 한 한국인 기업가가 징역 40년과 배상금 180만 달러를 선고받았다. 이 기업가는 미국령 사모아에서 '대우사'란 의류업체를 운영하며, 베트남 노동자 200여 명을 강제로 가두고 일을 시켰다. 초과근무 수당도 없이 잔업을 강요했고, 쥐가 들끓는 비좁은 막사에서 생활하게 하면서 야간 통행금지 규정까지 있었다.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아 대부분의 노동자가 영양실조와 과로에 시달려야 했다. 근로자들은 마침내 2000년 말 대규모 파업을 했고, 파업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근로자가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결국 회사는 파산했고, 기업가는 미국 당국에 체포돼 2003년 유죄 평결을 받고, 2005년에 징역형과 배상금을 선고받았다. 

2. 2005년 유엔 인권위원회는 유엔 사무총장에게 기업 인권에 대해 검토하는 특별대표를 임명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코피 아난은 이 권고를 받아들이고 하버드대학교 존러기 교수를 특별대표로 임명해 기업 인권 문제 및 현황을 조사하도록 했다. 3년 후인 2008년, 존 러기 교수는 '보호, 존중, 구제: 기업 인권 프레임워크' 보고서를 제출했고, 다시 3년 후인 2011년에는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 이라는 보고서를 완성했다. 이는 31개의 자세한 원칙과 주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인권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 이 중 11번째는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에 대한 기본원칙을 설명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기업은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이는 기업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하며, 자신이 개입된 부정적 인권 영향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원칙은 기업이 어디에서 경영활동을 하든지 기대되는 행동기준이 인권 존중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부정적 인권 영향에 대처하기 위해 그것을 방지하고 완화하는 적절한 조치와 구제 조치를 취하도록 안내한다. 그러면 기업은 인권을 존중하고 있을까?

3. CHRB(기업 인권벤치마크) 조사 결과, 기업의 인권 경영과 관련된 중요한 몇 가지가 확인되었다. 많은 기업이 UNGP(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의 기본적인 기대치를 충족하고 있었지만, 두 가지 중요한 취약점이 발견된 것이다. 첫 번째는 일부 기업만이 인권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기업의 인권 존중에 대한 약속과 실행이 단절되어 실제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5개 산업군 중에서는 자동차 제조업의 인권 관련 점수가 가장 낮았다. 충격적이게도 이 산업군에 속한 기업의 3분의 2가 모든 인권실사 지표에서 0점을 받았다. 이 결과는 UNGP의 이행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176개국의 투자자들은 인권실사 지표에서 1점도 얻지 못한 95개 기업에 서한을 보내며 시급한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존러기 교수가 주도한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에서 기업이 인권을 존중하는지를 다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거버넌스와 정책을 보유하고 있는지, 실제로 인권을 존중하는지, 이것을 실사를 통해 확인하는지, 마지막으로 구제 및 고충을 처리하는 메커니즘이 작동되는지 여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4. 기업이 인권 존중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제인권장전에 규정된 권리를 존중하고 촉진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국가, 문화적 상황에서 인권 존중은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몇 년 전 한 대형 유통회사가 도난 예방 차원으로 직원의 가방과 사물함을 검사한 사실이 밝혀지며 사생활 침해 및 인권 유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회사는 비밀번호로 잠그던 사물함을 열쇠 방식의 사물함으로 교체했는데, 가지고 있던 마스터키로 사전 예고없이 직원들의 사물함을 점검할 수 있었던 것이다.

5. 유명 IT 기업의 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도 있었다. 담당 임원으로부터 모욕적인 언행은 물론 부당한 업무 지시에 시달린 것이 원인이었다. 또 다른 IT 기업에서는 임신부에게 시간 외 근무를 시키며 52시간 근무제를 위반했고, 부당한 대기 발령으로 직원들의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 회사는 직원을 채용하는 입사지원서에 가족의 이름, 생년월일, 직업, 동거 여부를 기재하도록 요구했다가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국가 인권위원회는 이미 2003년부터 '지원서 차별항목 개선안'을 발표하며 가족관계, 출신지 등 차별의 여지가 있는 항목을 삭제토록 권고했다. 또한 고용노동부에서 직무와 상관없는 개인정보를 삭제한 표준이력서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채용 시 지원서류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요구하는 기업이 많은 상태다. 어느 기업은 민간인 학살을 주도하는 미얀마 군부와 관련된 비즈니스로 인해 비난을 받았고, 모 금융회사는 임직원들의 머리 색상에 대한 간섭과 입냄새까지 조사하여 인권 침해 비판을 받았다. 

6. 인권 존중을 하겠다고 약속한 기업은 많지만 이와 같은 사례는 왜 끊이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정말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2030년까지 우리가 약속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기업은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더 강력한 약속을 사회와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업의 인권 존중 관리 시스템은 당초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작동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사람과 지구를 우선시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